안은별. 2017. IMF  키즈의 생애. 코난북스.


p.10-11. IMF 키드에 대한 저자의 생각 중.

 " '키드'의 시간대는 자신에게 축적된 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선택하고 거기에 책임을 지는 어른의 일을 아직 하지 않아도 되는, 혹은 하는 것이 금지된 시간대다. 그러나 당장은 자신과 주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후 평생의 선택 경로 자체를 규정하는 몇 가지 중요한 일들이 벌어지며 자신의 선택 가능 범위를 확인하는 시간대이기도 하다. 변동의 기점인  IMF 관리 체제 하에서 키드의 시간을 경험하고 성인이 되었을 때 느린 파도처럼 서서히 삶을 적시는 변화들을 실감하며 어른으로서의 선택과 관계 맺기를 해야 한 IMF 키드들의 이야기야말로, 포스트 IMF의 20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긴 흔적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p.16 인터뷰이들의 공통점 - 중산층. 한국의 중산층 & IMF 세대에 대한 저자의 코멘트 

" ... 성별, 직종, 출신지와 가족형태 등에서 다양성을 취하려고 노력했으나 인터뷰를 마치고 깨달은 사실은 이들이 모두 대학 교육을, 절반 정도는 미국 유학을 포함해 명문대를 경험했다는 사실이었다. 또 그들의 부모 혹은 그 역할을 대리했던 보호자들은 그들의 성장기 시점을 기준을 대부분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 (각주) "물론 이러한 편중에 대해서 이렇게 해명할 수는 있다. 부모는 중산층이 될 수 있었으나 자녀에게는 그것이 기대조차 어렵다는 것이야말로, 또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그에 준하는 자격을 갖추었을 때 대학 진학이 거의 당연시되던 것이야 말로 이 세대의 리얼리티라고 말이다. 실제로 1997년 IMF 위기 이후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중산층의 양적인 감소,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기대나 희망의 감소다.  ... 인터뷰이 대부분이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지만 본인들에게 비슷한 기대가 없는 것 자체가 IMF 키즈 전체를 둘러싼 상황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여성의 가족, 여성의 일 / 김마리 (가명)

p.27 직장맘의 전형?? 

" ... 남편도 고급 전문직인데다 본인 또한 고소득자지만 4인 가정 최소한의 운영과 친정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이 매달 7백만 원이나 되기 때문에 여유롭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그는 스스로 "요즘 직장 맘의 전형"이라고 말한다."


p.27 한국에서 결혼, 독립이 의미하는 것에 대한 저자의 해석?

 " 'n포 세대'가 청년 세대의 지배적인 표상이 되고 n의 가짓수는 늘어가는 상황에서, 그래도 어떤 사람들은 경제적 안정이나 내 집 마련을 성취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원래 가족'으로부터 '자기 가족'으로의 전환을 완수한다.  .. 그러나 어쨌든 이성애 - 가부장제 - 가족주의의 틀 안에서 물리적인 보금자리를 포함한 '새로운 가정'을 구축한 전자의 경우에만 한국 사회에서 진정한 독립, 어른 됨으로 인정된다. 그 '진정한 독립'이야말로 대개 부모로부터의 지원이나 증여를 수반한다는 아이러니를 안은 채 말이다." 



1997년의 해법, 그 남자의 해법 / 김재욱 

p.95 - 96 IMF 이후 세대의 피자집, 치킨집이 그리는 의미  

" ... 50대의 중년이 1년 내내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일단 나와서 앉아 있자'라는 심정으로 피자집을 계속하는데 옆집에 더 싼 피자 프랜차이즈가 들어서는 상황은 IMF 이후 세계의 고단함을 축약한다. 정규직, 사회안정망, 복지의 벽은 높기만 하고, 홀로 벌어 홀로 책임지는 영세 개인사업자가 되는 세계로의 진입 장벽은 지극히 낮은 사회, 노동은 더 고되어지고 휴식의 질은 더 낮아지고 노동자는 소비자가 되는 순간 이 울분을 보상받으려는 듯 째째해지며 결국 대부분의 싸움이 약자와 더 약자 간의 싸움이 되고 마는 사회. 배달 치킨과 피자는 시작하기 가장 쉬운 사업이자 가장 흔희 선택하는 초과노동의 파트너로서, 그 악순환의 어딘가가 나와 너의 혀끝을 반드시 떠도는 우리 시대의 맛이다." 


p.101

" 무엇을 한들 '차곡차곡 쌓아서 뭔가를 이루기'보다 단속적으로 시달리고 소모될 가능성이 높은 시대, '확실히 아닌 것'부터 정하고 그걸 피하는 데 전력을 쏟는 그의 행동은 차라리 합리적으로 보인다. 


p.110 

" "위기의 해법은 사물들이 움직이는 방식을 오랫동안 규정한다"고 프랑스의 철학자 레지 드브레는 말했다. ... 오래 전에 쓰인 이 문장은 '한국전쟁' 같은 물리적 파괴가 아니었음에도 IMF 위기가, 그 해법이 왜 우리 삶에 그렇게 큰 사건이었는지를 함축해 보인다. 

 지주형은 현실의 위기 해석과 그 관리를 결정하는 것은 그 위기의 객관적 구조에 의해서가 아니라 "위기관리에 따라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볼 수 있는 사회세력들 사이의 직간접적인 사회적.정치적 투쟁"에 의해서임을 역설한다. ... "  



직업으로서의 정치, 삶으로서의 정치 / 김남희

p. 150  금전/결혼 or 금전/육아? 

" ... 선거 당시 슬로건이 "엄마, 2억 3000만 원 있어요?" 였거든요. 그게 한 아이를 대학까지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이에요. 의료비 교육비 등등을 합치면. 내가 출산 직전 지옥 같은 2개월을 보낸 것도 여기에서 기인한 거고, 또래의 많은 친구들이 감히 결혼을 결심하지 못하는 이유도, 제가 민하와 적극적으로 미래 계획을 세우지 못한 이유도 이거고요. 결국 금전적인 기반이 있느냐 없느냐.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가 저한테는 큰 화두였어요." 


p.170-171 개인의 삶 속에서 정치의 의미

"다시 정리해 본 그의 삶과 선택들은, 우리 시대의 정치에 대해 말해주는 바가 크다. IMF 키드들이 살아온 1987년 민주화 이후는 동서 냉전이 종결되고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체제 속에서 많은 주체들이 '탈정치화'된 시대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 삶에서 정치와 그 중요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고 그 모양이 다양화되었을 따름이다. 그가 거쳐 온 직업 세계가 보여주 듯 사회를 바꾸는 데 참여할 수 있는 길은 무척이나 다양하다. 무엇보다 정치적 주체로서 개인이 오로지 대의와 집단적 목적에 복속되지 않고 스스로의 역사와 관점과 비전을 갖고 그때그때에 맞는 '수'를 두는 고유한 플레이어로 등장한다. 동시에 그 개인은 그가 지나온 정치적 현실과 사회적 현실을 나름의 문법으로 편집해 보여주는 매체가 된다. 

  한편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거의 모든 현장에서 불안정하고 금전 보상이 빈약한 노동을 동반한다. 이는 하고 싶은 일 내지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신념과 자신의 밥벌이(직업)를 일치시켰을 때 대부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리고 이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는 긴장감 역시 우리 시대의 지배적인 감각 중 하나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 김괜저(가명)

p.177

"이 글이 묘사하는 이들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 갈 수 있는 가장 높고 가장 먼 곳까지 간 이들이다. 그것은 혼자 힘이 아니라 어떤 믿음으로 지탱되는 동력 시스템의 운동 결과였다. 그런 "발사체"들은 어느 순간 스스로 운동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p.178 

 "요약하자면, '민족이 잘 사는' 여러가지 길이 막힌 시대, 그것보다는 작고 구체적인 '우리'들이 우리가 가진 기술로 우리의 판을 직접 키우고 돕는 이야기다. 이제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p.222

 "우리는 다들 어떤 식으로든 한국 부모들의 이상이나 기대를 배반할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저는 커밍아웃이라는 극대화된 과정을 통해서 그걸 겪었다는 게 오히려 다행스러워요. 그걸 기점으로 미국에 가서 이런 방식으로 성공해야 된다는 잣대로부터도 자유로워지고, 한국 사람이라면 이렇게 살아야 된다는 잣대로부터도 자유로워지고, 완벽하게 개인화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어떤 게이들은 커밍아웃은 다른 것과는 전혀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얘기하지만 저에겐 그렇게 생각이 안 되고, 커밍아웃을 경험했다기보다 한국 부모를 경험했다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 같아요."


p.224 

 " '한국 사회가 나를 만들었다'라고 한다면, '만들었기 때문에 만든 대로 갈 것이다'에서 최대한 벗어나게 행동하고 싶은 거죠. 그렇게 하려면 한국이 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그것보다 똑똑한 방식으로 행동해야 되는 거잖아요. 그냥 '안 할래, 안 할래' 이렇게 해서 되는 건 아니죠. 전 그렇게 팔짱 끼지 않고 이 사회가 날 만들었다는 점을 최대한 이용하고 이용해서 그것에 대한 변화를 제 일로 삼는 거, 그런 거 하고 싶어요."


p. 231 - 232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 항상 궁금해요. 지금 그걸 모든 방면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 세상을 설명해주는 방식을 다 섭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지금 페미니즘이라든지 LGBT 이슈가 세상을 이해하는 데 붙잡을 수 있는 것들로 나타나고 있는데, 굉장히 반가우면서도, 거기에 너무 끌려가지 말고 그 모든 일이 일어나는 방식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욕구가 생겨요. 예를 들어 종교를 믿더라도 치열하게 믿고 싶고 의심하면서 믿고 싶은 거 있잖아요. 나한테 답을 제공해줘서 편해지는 방식이 아니라 계속 생각하고 파악하는 방식의 삶이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