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분모의 크기
예전에 꽃보다 청춘 - 윤상, 이적, 유희열 편-을 보고 참 부러워했던 적이 있다.
"와, 저 사람들은 가족, 일(음악), 일상 생활/시시콜콜한 일을 오랜동안 나눌 수 있겠네!"
여행을 하는 내내, 시시콜콜한 것에서부터, 음악 이야기, 가족 이야기, 추억 이야기 등등을
여기저기로 옮겨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 관계가 참 부러웠다. 이건 단순히 "친구"라는
범주를 넘어 선 관계 같아 보였다.
과연 내게도 저런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유지할 수 있을까?
소중한 친구들이 있지만, 학교 졸업 후 삶이 많이 달라지면서 공통 분모가 조금씩 줄어듦을
느꼈고, (여전히 그들을 좋아하고, 소중하지만 그래도..)허전함과 피곤함도 있었던 것 같다.
애써서 공통분모를 찾아야 했기 때문에.
어쨌든,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좀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다양한 처지에 놓여 있더라도, 대다수가 공유하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출산/육아인데,
이 보편적인 주제를 같이 이야기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는 게, 속상하다.
자연스럽게, 그들이 당면한 일들과 하소연들이 어느 순간부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게
되고.. 공감하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그런 상태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마찬가지로 나의 일상과
하소연은 그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주제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손뼉을 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폭풍 공감을 할 수는 없지만)
신기한 건, 자신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게, 눈치를 보면서 아무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거다. (내 기분에 따라 때로는) 짜증도 나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너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래도 "친구"라는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느껴서 그런걸까.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인 것은, 나는 내 이야기를 - 난임에 대한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것이 많이 싫다. 그리고 되도록 하고 싶지 않다. 숙연해지는 그 분위기가 싫어서.
(하지만 이렇게 글쓰고 있는 것도 역설적이다.)
어쨌든!
다년간의 난임 기간 동안 -_-+ 생각도 여러번 바뀌고, 초연해 진 것도 많고, (자기 연민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괜찮다 ^^
(누구든 고민 하나쯤 있을테니까.. 나도 그런 고민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살고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안타까운 건,
주변 사람들과 공감대가 자꾸 작아진다는 거다.